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기도 전에 극심한 논란 속에 있다. 영화사가 홍보를 매우 '열심히'하는 것 같은데 어쩜 이런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 '악플'의 효과는 '무플'과 비교할 수 없으니까... 여하튼... 네이버 영화평점 매기에선 10점이 최고 점수인데 평균이 6점 정도 된다고 한다. 기가 막히게도 점수가 대부분 10점 아니면 1점이란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봐도 좋을 것이다.

고종석 선생의 흥미로운 트위터 글을 남겼다. 국정원 사건 때문에 대선을 다시 치르더라도 박근혜가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명박 구속, 박근혜 사과 정도 선에서 타협하면 양 쪽에 다 좋다는... 뭐... 그런 논지였다. 그런 접근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정말 선거를 다시 해도 박근혜가 당선될 것 같지 않은가? 우리 유권자들, 특히 박씨 지지자들에겐 국정원 댓글다는 일 정도는 눈 감아 주고도 남을 일 아닌가? 명박씨도 당선시킨 바로 그 사람들 아닌가? 박씨가 저지른 무시무시한 범죄가 새롭게 발견됐다고 해도 다시 찍어줄 사람들 아닌가?

도대체 이 땅에 공정함, 정의, 공공성, 공적 원칙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박씨와 그 무리들이 역겨운 것은 지들이 한 짓을 기억하지 않고, 눈을 부라리며 자신들의 입지, 기득권을 지켜려들고 또 눈에 거슬리는 이들을 쓸어버리려는 그런 아주 저급하고도 반민주적인 행태 때문이다.

그런 무리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정신을 가지고 있는 건가?

물론 이해하려 들면 못할 것도 없다. 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밉다고 문재인이나 민주당 인사들에게 권력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약발이 다 떨어져서 안철수가 나서도 이젠 별무소용일 것이다.

민주당과 그 언저리에 있는 무리들이 왜 실망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 민주당, 안철수 세력을 싸잡아서 그 놈이 그 놈이라고 비판해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당연히 한나라당이다. 더러운 정도가 다른데 이전투구를 벌여서 부대끼면 원래 가장 더러웠던 놈들이 이익을 보는 것이다. 그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한국 정치에는 원칙에 대한 합의, 공적 질서가 매우 약하다. 차라리 스포츠에서 좀 배울 필요가 있다.  룰을 지켜서 싸우고,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이념의 양극화 현상은 거의 모든 공적 이슈에 대해서 관찰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동성애에 대한 견해, 혹은 코레일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좌우가 아주 깔끔하게 대립된다. 서양에서는 이러저러한 극단적 대립을 경험하면서 이러저러한 대안, 사회적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각종 권리, 주권, 인권, 자율성, 법에 의한 지배 등이 모두 그런 결과 아니던가.


한국... 갈 길이 멀다... 아주...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또한 매우 진전된 상태다. 자유당, 유신, 5공 시절, 극심한 지역 감정이 지배하던 시절에 비하면 논점이 상당히 정리된 것 아닌가? 원칙, 상식... 처럼 무엇이 부족한지, 어디에 손을 대야 할 지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닌가? 이전의 문제들이 해결된 결과다. 그러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주제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고.

한국... 갈 길이 먼 것도 맞지만, 많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비관적으로만 볼 일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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