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4일 수요일

한국 정치의 지나친 도덕화, 혹은 '도덕주의'가 문제라는 얘길 듣는다. 그건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판단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판단을 앞서는 경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을 도덕적으로 무시/존중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한 판단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비도덕적 행위를 한 사람 (간통?)을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김석기 같은 이를 비도덕적이라고 해서 그의 정치적 견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거나... 물론 사적 영역, 공정 영역에 대한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사적 영역에서의 도덕성 - 간통, 거짓말? - 과 공적 영역에서의 도덕성 - 업무비 횡령 등 - 은 구분된다. 사적영역에서의 문제에는 관대할 수 있지만, 공적 영역에서의 도덕성에는 민감하다. 공적영역의 문제로 도덕을 문제삼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만하다. 왜? 업무연속성이 있으니까. 기관장 시절 공금을 제멋대로 쓴 사람에게 더 많은 돈과 권력을 맡길 수 있을까? 노우! 도덕화가 지나치다는 것은... 사적영역의 도덕적 문제를 지나치게 들춘다거나, 그것으로 개인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거나, 공적 영역의 도덕성 문제 역시 과장한다던지 해서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드러날 때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도덕 논쟁은 많지 않을수록 좋다.
정치인의 비정치적 입장, 역할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정치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치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도덕적 판단 중지는 정치적 반대 입장이라고 해서, 예를 들어 선거에서 졌거나 이긴 상대를 도덕적으로 판단해서, 정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도덕적이라는 점은 이런 점에서 오랫 동안 상대를 정치적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정하게 권력을 잡거나 유지한 상대를 도덕적으로 정죄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야당이 즐겨 사용했던 전략이다. 도덕적 우월성을 무기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정치인 혹은 정치적 파트너에 대한 도덕적 판단 유보의 문제는 정책적 주제, 정치적 주제에 대한 도덕적 판단 유보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루만은 그렇게 보면 '도덕'을 매우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개인에 대해서, 개인 간의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 정치체계에서 도덕 커뮤니케이션이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니까... 여하튼 좀 말끔하진 않다.

그리고... 김동춘 교수가 지적하듯이 한국 정치의 그런 "싸울 준비 태세" 같은 건... 글쎄... 정도의 차이일 뿐 어디에서나 있는 일 아닌가? 다들 뒤에서 친하면서 겉으로는 싸우는 척 하기도 하고... 또 실제론 이를 악무는 사이이면서 중계카메라 앞에선 친한 척 하기도 하고...  물론 한국이 정도가 심하지만...

정치의 도덕화 경향을 루만이 좋게 본 건 아니다. 그 이유를 정당 간의 차별성이 줄어들고, 분명한 정책 대안 중에서 선택하기 힘들다거나, 정치 논쟁이 되는 주제들이 복잡해져서...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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