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문소영 기자가 쓴 대중 역사서 "못난 조선"(2010) "조선의 못난 개항"(2013)을 훑어봤다. 내용은 뭐 책제목 그대로다. 사실 별로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닌데 최근 조선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목소리들이 커져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들린다. 아이러니...
시대를 잘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물론 지금은 조선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 잘못된 진로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조선이 안고 있었던 문제와 겪어야했던 시행착오를 대한민국도 상당 부분 안고 또 겪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그렇지만 집단이나 국가의 경로도 참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하튼 저자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이렇게 많은 문제와 실패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이뤄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힘 역시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입장 중에서 미야지마 교수의 시각이 균형잡힌 편인 것 같다.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2%'.... 부족한 2%로 우선 '제국을 경영한 경험의 부재'를 손꼽고 싶다. ... '제국을 해본 적이 없다'는 의미는 제국을 거느리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인 중, 국제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시각, 세계관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국내에만 머물고 있고, 파장에 대해 다각도로 폭넓게 검토하고 고려하지 못한다. ... 큰 나라의 정치적 입장에 동조하거나 국내의 정권유지 차원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접근과 대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 현실적으로 강대국에 의지한다면 외교 군사적인 문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내 집권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이것은 대단히 경제적이다.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국의 눈치만 보다 보면 격변기에는 대응의 속도가 늦어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못난조선: 396 - 397)
서양에서 근대의 등장, 근대화는 경로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었다('혁명'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런 급격한 변화가 오히려 예외적인 사건아니었나 싶다. 포스트모던은... 오히려 좀 더 자연스럽고. 한국의 경로는 포스트모던과 친화성을 보인다. 문제는 모던을 건너 뛴 채로 포스트모던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 모던의 성취를 잘 수용하고서 모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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