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사조를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원래 (포스트) 모던, 모더니티, 모더니즘 개념이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어서 이를 자세하게 따져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략 포스트모던을 절대적인 것의 붕괴로 이해하자. 사실 포스트모던이 공격하는 절대는 종교적 절대성, 종교적 진리가 아니다. 그건 전근대에 속하는 것이다. 종교적 질서를 이성, 합리성의 이름으로 무너뜨린 것이 근대세계아닌던가. 종교의 위치에 합리적 사고를 세운 것 아니던가. 포스트모던은 오히려 종교적 사고와 친화성을 갖는다. 근대적 질서 속에서 그 적자인 과학과 싸우면서 자신을 방어하던 종교는 이제 포스트모던 앞에서 과학과 연대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종교를 비판하지만 내가 보기엔 과학교라도 또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도킨스나 페북의 과학전사 김박사. 이들은 절대적인 무엇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주의 종교인들과 기막하게 잘 어울리는 것이다. 적의 적은 동지? 근본주의 종교인들은 과학을 맹신한다. 다만 그들이 맹신하는 과학은 그들의 신앙을 정당화시켜주는 과학이다. 창조과학! 근대적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인정을 하지 않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자신들의 절대적 신앙과 과학적 합리성이 어울릴 수 있다고 믿는데...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에겐, 이미 답을 내리고 있는 사람에겐 어떤 토론도 반론 반증도 의미가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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