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부족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후진국... 운운하기엔 뭔가 석연찮다. "부끄럽다" 이런 표현을 많이 쓰는데... 글쎄... 사고 처리의 후진성도 후진성이지만, 남의 시선을 그토록 의식하는 것, 그것이 더 후진성을 더 분명히 드러내는 징표 아닐까? 사실 이 두 사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사태를 이해하고 처리하려는 책임감 결여. 타자의 시선에 맞춰서 행동하면서 책임,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행태들... 관계적이라는 것이 장점도 있지만 한국은 이미 충분히 관계적이기 때문에, 아니 과잉 관계적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태도, 윤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개인, 성인. 그들간의 관계를 사회 생활의 핵으로 보는 것 말이다. 성년/ 미성년의 구분을 주도 구분으로.... 정몽준 씨 아들이 헛소리를 해서 애비가 사과한 모양인데...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졸업했으면 (거의) 성인 아닌가? 성인이면 스스로 책임져야지 여기에서 아비가 왜 대신 사과를 하나? 물론 도의적 책임을 전혀 물을 수는 없겠지만, 도대체 아비는 언제까지 자식을 대변하고 책임을 져야 하지? 성인은 언제부터 성인인가? 한국에서 도대체 성인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성인들끼리는 원칙적으로 평등하다. 나이가 얼마나 더 많든, 무슨 사회적 지위, 직업을 가지고 있건 간에... 나이가 벼슬인가? 고위직이면 나이어린 기자들에게 '인마' '기자 새끼들' 같은 표현을 공적 상황에서 내뱉어도 되나? 성인들끼리는 동등한 성인들로 상대를 대우할 것.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나이가 몇 살 만다고 형, 형님하고 부르는 것. 아직도 어색하다. 물론 반대로 쉽게 반말하는 나이 든 사람들도... 그런 표현은 이미 위계관계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차라리 존대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한국어는 존대말의 존재 때문에 언어적 표현이 오히려 더 거칠어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존대말의 천박성, 반말의 고상함...
그리고... 성인/미성년 이외에 중요한 구분은 인간/비인간의 구도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권리, 인권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법앞에서의 평등 같은 근대적 가치. 성년/미성년 구분을 제외하고 다른 구분은 모른다. 실용적 목적 때문에 주어지는 구분이 있긴 하지만... 다른 구분은 인권 혹은 성인들 간의 평등이라는 대전제 아래에 위치할 뿐인... 성인 혹은 인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여러 개념들... 장애인/비장애인, 남성/여성, 동성애자/이성애자, 지역에 따른 정체성 (전라도/ 경상도, 서울/지방)... 부차적이어야 할 정체성 표현이 인권, 성인 같은 근대적 개념을 압도하는 현상... 그런 것이 후진성의 징표다.
관계 중심적이라는 것... 그런 지향이 가져오는 나쁜 결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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