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대해서 "온나라 양반되기"란 표현이 있는데, 21세기 대한민국은 <전국민 전문가되기>가 어울리는 것 같다. 황우석 사태가 나면 전국민이 줄기세포 전문가가되고, 세월호 사태에 우린 이제 해상 구조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공식적 통로라고 할 수 있는 정부 브리핑이나 언론보도가 알려주는 게 너무 허술해서 직접 인터넷을 헤집고 정보를 찾아 다녀야 한다. 그 많던 전문가는 항상 막상 필요할 때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계속 찾게 된다. 학문적으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신뢰가 사라진 곳에서 창궐하는 음모론. 언제부터인가 큰 사건에 대한 음모론은 의례 창궐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물론 선진국에도 없진 않겠지만, 특히 미국에서 그런 것 같다 (달 참륙, 케니디 암살, 9.11 테러 등에 대한 음모론이 유명). 독일 등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음모론이 덜 인기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음모론은 뭔가 감추는 것이 있을 때, 공식적인 발표가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등장하는 것 같다. 정권과 행정부는 언제 진실을 감추는가? 위급상황에서다. 전쟁이나 냉전같은... 적을 이롭게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 (국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정당화하 되는... 혹은 권위주의 국가처럼, 지도자나 정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자신에게 손해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진실을 감춤으로서 비난을 받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혹은 언론의 경우는 음모론과 이를 통한 정부 비판을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 장사가 되니까. 어찌보면 매우 체계합리적인 행동들인 것이다.
황우석 사태 때는 나름 쉽게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음모론이나 대중의 감정의 정치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말씀. 천안함의 경우에도 워낙 공식 설명이 허술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입장을 설정할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태는 좀 다르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런지... 어떻게 드러날지 모르겠다. 다만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매우 분명하게 볼 수 있긴하다. 황우석 사태 때도 그랬지만... 이런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한국 사회가 무너진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미 내적으로 분화 정도가 높은 상태라 그렇다. 각종 체계들은 너무도 체계합리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현정권에 대한 아부와 재선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정치권, 장사 효율성을 최대한 잘 충족시키고 있는 언론들 등등. 언론의 내적 분화 역시 - 이전과 같은 구분은 아니지만 - 이 사건이 사회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어쩌면 그정도로 허약하지 않은 지도... 언론을 보더라도 SNS나 인터넷 기반 언론들의 존재가 더 할 나위 없이 고맙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언론사로 몰려갔을지도... 80년 광주에서 상황을 왜곡보도하던 방송국이 군중들의 분노 대상이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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