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세월호 사건은 국가의 역할, 국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경찰국가, 법치국가, 복지국가, 안전(보장)국가, 예방국가, 규제국가, 조종국가...  "안전"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더 중시된다. 하지만 위험도 위험나름이고 안전도 안전 나름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안전, 위험은 정말이지 가장 기초적인 것이다. 무슨 대단한 전문지식이나 이해가 필요하지 않는. 사회학자들이 위험사회 같은 개념으로 분석하기 좋아하는 그런 복잡하고, 좀 분석이 필요한 그런 위험이 아니라...

예를 들어 오늘자 기사를 보라.


"한국 산재 사망자 10만명당 18명으로 세계 최고" 
산재 발생률은 떨어지지만 사망자는 잘 안줄어여성 임금 남성의 60%…비정규직 비율도 절반

최근에 계속 보고 있는 웹툰 "송곳"과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의 '위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재해도 그렇지만 각종 안전 사고들 대부분 "인재" 요소가 크다. 후진국형. 그러니 과학과 기술의 본질을 성찰하자는 논의 따위는 매우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 무슨 참여 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 같은 소리는 여전히 2014년에도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기본적인 삼권분립, 법치주의,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마저도 천박한 수준인데... 무슨...

이러니 서구 사회과학의 이론과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을 분석하려고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식사회....는 개뿔...

물론 서구 "선진국"에도 인재, 안전사고는 있고, 부패도 있고, 인종차별, 테러 같은 단순한 사회문제도들도 있다. 그들이 선진국인 것은 그런 문제들이 예외적으로 처리되고 일상적으로는 상식, 원칙, 제도가 정한 바대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선진국이 못되는 것이고...

대단한 제도, 지식, 이론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90년대 말 거대 사고들이 연달이 발생하면서 위험 논의가 활발했지만 여전히 "인재"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학, 기술에 본질적으로 내재한 위험성, 불확실성, 그리고 그것에 기초해서 유지되는 현대 사회의 본원적 불안정성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급한 일들이 눈에 보이니까... 과학, 기술 위험의 대표적인 사례인 원자력 문제만 하더라도... "원자력 마피아" 같은 쪽으로 문제를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고. ...

물론 규제 지식, 정책 지식은 필요한, 복잡한 정책 분야들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상식, 원칙의 회복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얘기만 晝夜長天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그것이 중요하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컨대 법치주의, 법치국가, 공정국가가 기본 중 기본이지만, 당장 복지국가, 사회정책도 긴급하잖은가. 생명윤리 문제도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잖은가. 세월호 같은 사건이 터지면 첨단 이슈들을 다루는 연구와 접근이 사치스러워보이지만 그런 주제도 엄연히 한국의 현실을 이루는 부분이다.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인재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 핵심은 사실 정부, 그리고 민관커넥션("관피아")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규제당국의 무능력, 비리 등에 초점을 맞추면 그 대안은? 국가, 규제당국을 고쳐쓰기 보다는 민영화로 귀결되기 쉽다. 하지만 이번 구조 작업에서도 민영화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조 계약을 맺은 "언딘"을 기다려야 했다는.... 미국은 전쟁도 민간에 위탁했다는 소리를 듣는데...

위험, 안전에 대한 욕구의 증대, 국가와 당국의 무능력은 안전의 영리화, 민영화로 이어질 지도 모르겠다. 개별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규제 완화와 잘 어울린다. 당국의 무능 질타에 좃선 류 들도 앞장서는데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대개 국가는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편인데.... 관피아들도 규제를 양산했다가 퇴직하면 관련 규제기국에 취업하는 것 아닌가? 국가 기국의 확장? 혹은 규제 기구의 확장?

그런 접근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는 설득력이 있었다. 규제국가의 등장이 국가의 후퇴는 아니라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실제로 국가가 발을 빼는 경향이 관찰된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일자리를 만들려는? 측근들 일자리 챙겨주기?

생명윤리, 생명과학 규제와 관련해선 어떨까? 국가가 발을 빼긴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국가의 규제력이 강하게 발휘될 것 같다.

여하튼 한국은 국가의 울타리만 벗어나면 공공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더더욱 국가, 그리고 대통령에 목을 매다는 것 같다.

페친 선대인 님의 얘기:
"이명박정부 시절 선령 규제 완화 이후 15년 이상 노후 선박 비중이 두 배로 증가(29%--->63%). 그것이 이번 사고의 한 배경이 됐죠. 숭례문 경비 책임을 서울시에서 중구청으로 넘기고, 야간경비를 없앤 상태에서 이명박이 2006년 숭례문 개방한 것이 숭례문 화재를 부른 것처럼.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이처럼 매우 심각한 사고와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률적인 규제 완화를 부르짖을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 안전, 환경 등을 중심으로 필요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오히려 재정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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