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1일 금요일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소식을 확인하고선 무척 실망했다. 기사를 찾아 읽어보고 경기 영상도 일부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쇼트프로그램의 경우 러시아 선수 - 이름이 뭐더라? - 경기가 인상적이지 않았고 과대평가되었다고 느꼈다. 프리프로그램은... 우선 시도한 기술이 달랐다고 한다. 러시아 선수 프로그램이 난이도가 높아서 모든 기술을 보여주었을 때 약 4점 정도 높다고. 김연아는 어쩌면 안전한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긴 했지만 4년 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속도는 느린 듯해서 전체적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러시아 선수는 매우 역동적이었고. 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쇼맨십도 가진 것 같고. 홈 텃세 탓에 심판들이 점수를 공정하게 주지 않았다는 점은 백번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김연아는 그냥 지금 자신이 가진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둔 것 같다. 심지어 이번엔 목표의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으니까... 그렇다고 그냥 수용할 수도 없는 일이고... 여하튼 안타깝게도 이런 얘기를 다른 한국 사람과 나누기는 힘들다. 모두들 흥분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NYT 기사가 상황을 잘 정리하고 있다 ("Stained Gold Can Help Clean Up System"). 그렇게 판정할 수도 있었던 정황을 상세하고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자국 선수의 문제도 아닌데 이 정도로 심도깊은 기사를 낼 수 있다는 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NYT의 저력이고 미국의 저력이다. 당사자격인 한국 언론도 나름 애를 쓰고 있는 것 같긴 하나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 신문들 보면 참 안타깝다. 텔레비전방송도 그렇고. 뭐. 한국에 부족한게 어디 그것 뿐인가. 경제, 정치, 학계 등등. 똑똑한 사람들은 많은데... 아직 먼 것 같다.

ps 1) 한국 보도 언론의 현실을 잘 짚어주는 글을 만났다. 그 수준이 무려 이 정도다.

"불행히도 한국의 보도 기사로 실리는 글들은 그 대부분이 저널리즘의 모범글로서 가치가 없다.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는 사례로서는 훌륭하다. 그럼에도 기자 지망생이나 초년 기자들은 이렇게 잘못된 문장을 보고 흉내내며, 그런 표현을 더 자주 쓰는 것이 직업적 숙련의 증표인 양 착각한다. 그 결과, 당장 고쳐야 할 오류들을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답습하고 계승한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외신이 더 정확하게 쓴다. 우리가 언론인을 가르치지 않거나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언론이 가진 많은 문제와 그 뿌리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ps 2) 취재은 안하고 외신만 열심히 번역해서 기사로 만드나 했더니, 그 외신마저 잘못 번역했거나 그것도 검토하지 않고 그냥 옮겨 나른 경우가 허다한 모양이다. 욕나온다.

<소치올림픽> "피겨 심판 양심선언" 기사는 오역
고위관계자 '러시아에 유리한 심판배정' 발언피겨 심판 "러시아에 점수 퍼줬다" 고백으로 바뀌어외신기사·외국선수 발언 '의역' 자제해야

ps 3) 뉴욕타임즈 일부 기사의 문제점,  판정도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는 시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ㅍㅍㅅㅅ의 기사. 흠. 참 판단내리기 어렵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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