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4일 월요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럴 때 답답하다.

딱 이 얘긴 아니었는데...

경주 리조트 부산외대 학생들 사고 당시 입구에 추차해 놓은 언론사 차량 탓에 구조차량이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대단한 사명감을 지닌 언론인들 나셨다 그죠?


며칠 전... 김무성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도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오늘(20일) 대한변협 초청 강연에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을 뿐이라며 '복지공약 파기 비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을 옹호했습니다. 

 "거짓말 못 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내가 당선되면 어르신 여러분 한달에 20만원씩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노인들 표가 많이 나왔죠. 그러니까 이제 거짓말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 20만원씩 드리라'(고 했는데) 돈이 있어야 주죠. 돈이 없는데 어떻게 줍니까." 

이어 김 의원은 국민들이 공약에 속아서 표를 찍어주고 있다고 지적한 뒤, 당선이 우선인 정치인들에게 국가재정건전성을 감안해 공약하라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선이 우선인 정치인들에게 국가재정건정성을 감안해 공약하라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흠. 당선에 올인하는 대단한 정치인 나셨다 그죠?

천하기로는 멩박이를 따라올 자 드물고, 무식하고 생각이 짧기로는 그네를 따라잡기 힘들다. 천한 언론인들... 천한 정치인들... 에라 이 천한 것들 같으니라구.

한국에서는 정치체계의 코드, 언론체계의 코드에 충실한 정치인, 언론인을 보긴 쉬운 일인 것 같다. 기능적 분화가 아주 천박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면 한국에선 근대성의 원형, 초기 근대성, 그러니까 세련되기 전의 원초적 근대성을 서구보다 더 적나라하게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언론, 정치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경제.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 Pariakapitalismus)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종교 또한 자율성 주장이 매우 강력하다. 역시 '천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모든 체계가 그런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과학체계. 과학에 있어서는 근대적 과학이 전혀 자리잡지 못했다. 에 근대 적응까지 아직 멀다. 예술 또한 그런 편. 의료체계는 강한 편인듯. 오히려 병을 만들어서 - 과잉 진단, 예방 검진 -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편.

서양에서도 체계마다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 차이를 드러내는 작업이 재미있을 것 같다. 체계들이 모두 비슷한 메커니즘을 보이고 있고, 모두 비슷한 정도의 자율성을 누린다고 상정하는 것보다. 체계 간의 불균형, 위계적 관계 - 질서, 불평등. 그 차이를 어떻게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가 아무래도 위계의 위쪽에 자리잡았을까? 그러다가 경제가 부상? 한국에서는?

과학체계는 그 자율성을 한 번 이라도 제대로 누려본 적이 있을까?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서양에서도?

체계의 자율성이란 일종의 환상, 이데올로기, 속이 빈 기표 같은 것 아닐까? 개인주의가 얘기하는 평등, 인권 같은 개념처럼?

루만 이론은 그런 환상의 유포에 기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굉장히 규범적인 이론이 아닌가? 경험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는데 막상 그런 연구는 - 없진 않지만 - 별로 많지 않은...

체계의 자율성, 자기생산성을 강조하는데 루만의 강점이 있다면, 체계 간 관계의 문제에 대해선 루만 이론이 누더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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