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2일 토요일

창비 팟캐스트에서 시인 신경림 선생 인터뷰를 들었다. 여든이시라고. 그리고 11번째 시집을 내셨다고. 흥미로운 대목은... 시를 좋아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든데... 시가 변혁운동에 복무해야 했던때라고. 그러면서 시는 가르치거나 계몽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시인으로 권혁웅을 들었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같은 시집... 모처럼 시집을 한 권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사회학도 좀 가르치려는 강박에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를 생각했다. 사실 인문학은 그런 것인데. 사회이론은 그런 것인데.

우연히 서양 철학, 신학 등을 공부하는 모임 이야기를 페북에서 접했다. 어제는 정용섭 목사님의 책 '신학공부'를 신청하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 사실 루만도 지적인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보는 것인데, 적용, 응용 쪽을 생각하다보니 재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생명윤리 이야기도... 재미있는 주제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다보면 재미가 없어지는...

아침에 딸이 책장에서 꺼낸 책이 백승욱의 "자본주의 역사 강의"였다. 세계체계론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쉽게 풀어내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고, 그런 책을 쓰고 싶다.

박사학위 받은 자랑질을 조금 전 페북에 보고야 말았다. 뭐. 잠시 자괴감에 사로잡힐 테지만, 오래지 않아 평온함을 찾으리라. 그리고 여전히 고민하리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 앞에 놓인 저 끔찍한 뭣도 아닌 텍스트와 주제들 사이에서...

한국에 문제가 너무 많다고 난리다. 예를 들어 페북에서 하루에도 엄청난게 많고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거론된다.

예컨대

"이곳은 서울 마포대교입니다.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2012년 9월부터 생명의 다리로 꾸몄는데요. 하지만 투신자 수는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2012년 15명에 불과했던 마포대교 투신자 수가 지난해엔 6배인 93명으로 급증한겁니다.생명의 다리란 유명세가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은 이제 그동안 성취한 것을 좀 누리라고 책망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지?

분명한 것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든 것. 유홍춘 선생... 꾸준히 한국미술,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소개하는... 7,80년대부터... 자살하려는 사람, 간첩사건 조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 그런 이웃들에게 당장 도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신경림 시인은...평생 시를 좋아하는... 꼰대질을 싫어하고 시 자체를 좋아하는... 누가 뭐라든... 결국은 "자기"를 찾아야 한다. 남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가르침, 계몽의 강박에 대해서... 그런 것이 없어야 정말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을텐데... 어쩌랴. 지켜본 바로는 내겐 그런 강박이 있다. 꼰대기질... 원칙주의자... 원칙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살아있는 인간의 경험에서 출발하지 않고, 추상적 원칙이나 거시이론적으로 사고해서 결론을 내길 좋아하는... 사회비판적이고 계몽적이다. 내가 제일 신나는 경우 중 하나는 '지적질'할 때다. 특히, 한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를 지적할 때... 반면에 독일사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나질 않는다. 왜? 한국에 애정이 더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독일은 벌써 선진국이자 한국의 미래로 상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발전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비판 자체는 발전주의 이후로의 "발전" (예를 들어 더 생태지향적인 상태로의 발전이나 복지를 갖춘 등등) 을 전제로 하는 또 다른 발전주의적인 접근이다. 비판과 진화, 진보의 사고방식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게 딱 내가 관심있는 부분이다. 대단한 박애주의자, 세계주의자, 사해동포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나와 내 조상이 살아온 이 땅 위의 사람들이 좀 더 잘 살길 바라는 것이다. 조금 더 나누면서 조금 더 즐기면서 조금 더 재미있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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