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8일 화요일

최근 타계한 Dahl의 민주주의 애찬을 전해 듣고서 생각난 이야기들...

한 동안 - 어쩌면 여전히? -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절대선인 것처럼 여겨졌다. 독재나 권위주의적 지배체제가 강고한 곳에서 민주주의의 다양한 버전과 해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처음엔 반민주적 질서와 구분되는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에 집중한다 (민주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더 위태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니까. '절차적 민주주의의 도입'으로서의 '민주화'라는 분명한 목표가 없으니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내용이다. 문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제도가 중요하지만 이후엔 문화가 중요하다. 물론 제도 자체가 전제로 하는 문화가 있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권력, 권위, 국가구조, 공적인 책임, 대표성, 책임 주체 등 무수한 주제에 대한 특정 해석, 특정 문화를 포함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운용하기 나름인데, 그것을 잘 운용하려면 소프트웨어를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곧 문화다. 정치문화...  제도 도입 자체가 특정한 문화를 강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낙관적으로 보면... 실제로 그런 효과가 없진 않다. 그런데 그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히틀러도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잡지 않았던가? 이명박, 박근혜도. 이들은 오히려 박정희, 전두환과는 달리 더 떳떳하게 뻔뻔하게 나라를 말아먹고 있지 않은가? 처음엔 제도가 중요하지만, 그 이후엔 문화가 중요하다. 제도도입으로 문화가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이 둘을 조응시키려면 무수한 갈등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국은 지금 그런 단계다. 내가 보기엔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이론이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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