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4일 월요일

페친 강창래 님의 고전에 대한 견해. 거의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고전을 역사적인 텍스트로 보는 접근은 환영한다. 얼마든지...


오늘의 독서 : 여전히 고전은 오랫동안 비판을 견뎌온 작품들이다?

글쎄,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로렌스 레빈Lawrence Levine(1933~2006 사진)에 따르면 그 고전 목록은 1차대전 이후 등장했다가 2차대전 이후에 사라진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잠시 위대했던 책들이었을 뿐’이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의 고전목록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로드컬처가 시작되고, 흑인들의 저작물들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레 소잉카의 소설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유럽에서는 1955년 레비 스트로스의 저작물들이 서양 중심의 가치체계를 부정하기 시작했고, 1950년대말에는 프랑스의 아날학파가, 영국에서는 '문화연구'가 지배층의 문화가 아니라 하층민들의 삶을 역사학과 문화의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흔들어 버린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대략 19세기말에 미국에서 '고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고전들에 대해 마크 트웨인은 "다들 좋다고 하면서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했다. 다시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다. 만일 입학시험이 없다면 일반인들이 읽을 책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지 않을까.

그러나 고전이 고급문화의 핵심이라는 생각 자체는 면면히 이어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1986년에 앨런 블룸이 다시 고전의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미국 정신의 종언Closing of the American Mind≫을 써냈다. 이 책에 대해 많은 언론이 호의적인 기사를 썼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저자를 사회적인 유명인사(그리고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이런 블룸의 주장은 엄청난 풍파를 일으켰다. 1988년에 열린 인문교육의 미래에 대한 채플힐 학술대화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블룸의 주장에 대해 ‘인문학과 문화 자체에 대한 편협하고 낡은 해석’일 뿐 아니라 ‘오래 전에 무덤에 들어간 유럽 백인 남성들이 쓴 작품들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사회는 너무 달라져 있기 때문에 블룸의 생각이 보편적인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원래 고전 목록은 대학의 고등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블룸의 편에 선 학자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대학 안에서 나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반증한다.

하나는 이제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전을 대놓고 부정하는 인문학자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듀크대학의 영문과 스탠리 피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주장은 문화나 생활양식 또는 관습에 대한 다양한 미국민들의 종족적인 관점과 반대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유럽의 엘리트 문화를 최고의 가치로 복귀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