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이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시작부터 신선한 정보와 견해로 나를 사로잡는다. 내가 논문에서 다루는 주제는 결국 "세계사회의 규범적 불확실성: 동아시아의 경우"인데... 규범적 불확실성의 정도,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세계사회의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주장하고,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한국인이 처한 상황, 한국이 느끼는 바를 "만성적 불안감"(6)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쉽게 "보수성" 혹은 "수구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고... 불안감의 원인을 "세계 최고인 대외의존도(무역의존도)"(5)로 본다. 미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20퍼센트 안팎인데 한국의 경우 2011년 113.2퍼센트로 사상 최고였다고 한다. 음. 엄청난 차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4%포인트 하락...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나 분쟁,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즉각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5)
하지만 이런 팩트가 무색하게 우린 그다지 무역에 능숙한 것 같진 않다. 그다지 개방적이지도 국제적이지도 않지 않은가. 사대주의...큰 나를 섬기면서 어부지리를 얻는 방식에 익숙해서인가? 큰나라, 혹은 선진국은 확실히 섬기는 것 같다. 그게 불안감을 해소하는 나름의 비법이었나? 자주적이지 못하다.
자랑은 아니지만 국사 교과서 등에서 강조하는 수 천번의 외침... 가까이만 보더라도 일본제국주의의 침탈, 6.25 전쟁... 비교할만한 경험이 거의 없는 일본,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정서, 문화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생존의 위협! 일상화된 위협과 위기 그리고 "불안"...
Hall, Edward T. 1959/ 2000, 에드워드 홀, 침묵의 언어, 한길사.
- 고맥락/저맥락 high context, low context
- 저맥락문화에서는 의사소통이 주로 표현된 내용(대화, 글)으로 이루어지고 이런 표현은 대체로 직설적인 반면, 고맥락 문화에서는 표현된 내용에서 상대방의 진의를 유추하는 단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말보다는 말을 하는 맥락 또는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방의 뜻을 미루어 짐작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
- 홀이 몇몇 국가를 분석해 고맥락 사회에서 저맥락 사회까지로 배열했는데, 일본, 아랍국가들, 프랑스, 미국, 독일 순이었다.
- "한국의 고맥락 문화엔 강한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도 적잖이 작용하는 듯하다. 배짱이 맞는 사람들끼리는 이심전심이 작동할 것이므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탓에 사회적 차원의 부작용과 폐해는 매우 심각하지만, 사람들 좀처럼 고맥락 문화가 제공할 수 있는 경제성과 편의성을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27)
"대상과 상황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이 서구의 입장에서 정체감 혼란이나 일관성 결여라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만, 한국인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30)
--> 어쩌면 많은 한국인은 내가 "규범적 불확실성"이라고 부르는 것, 즉 규범적 일관성 결여를 그리 불확실하다고 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이는 독일 등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독일 등에서 서구에서도 지나치게 일관적인 것은 별로 기능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받는다. 정치인이 너무 정직하면? 그건 사실 곤란한 일이다. 조직에서 "위선(僞善)hypocrisy"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나름의 기능이 있다. 너무 정직해서도 곤란하다.
일관성 결여는 그 자체가 법익이 되면 - 대다수가 그러하면 그 자체로는 안정적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원적, 이중적 태도가 용서가 된다. 공적 제도, 문서에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언어"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구조와 규범/문화 간의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갈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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