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에 대한 집착은 앞날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든 인간의 본질적 욕구라는 사실이다.에덴동산에서는 하나님과의 사귐 속에 절대적 안전과 안정을 누리던 인간이, 타락 이후에는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는'(창 3:10) 원초적 불안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나뭇잎으로 옷을 지어 입은 것은 안정감을 획득하려는 인간 최초의 시도였다. '하나님 앞을 떠나'(창 4:16) 스스로의 힘으로 안정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은 가인이 세운 인류 최초의 도시, 에녹성 ... 에서 시작하여 훗날 대제국에서 절정에 이른다.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3대 안정감(신체적 안전, 물질적 안정, 미래에 대한 보장)에 목매지 않는... 거룩한 불안정성(the holy insecurity) (Fumitaka Mastuoka)" (박총, 욕쟁이 예수, 205쪽)
안정감에 대한 집착, 안정의 반대인 불안을 극복하기는 인간의 본질적인 요구다.
불안 속에서 안정, 안전을 갈구하는 인간들의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꽤 성공적으로 안정을 보장하거나 안정감을 제공해 주었다.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은 역사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기근 등 자연재해, 전쟁, 폭력 같은... 문명의 역사는 어쩌면 이 불안감을 극복하고 안정을 확보하려는 인간 노력의 산물이 아닐런지... 각종 사회제도들 역시 마찬가지. 예를 들어 마을, 대도시, 국가 같은 조직들은... 외적 폭력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들. 어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서 제거될 수 없는 본원적 불안감이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죽음'이다. 혹은 이해되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든 이해하거나, 이해되었다고 처리해야 살아갈 수 있는데.... 죽음과 이해되기 힘든 일의 처리를 통해서 안정감을 확보하는 일에 '종교'가 큰 역할을 한다. 제도적 종교는 아니더라도 각종 신화, 미신, 음모, 근대에 들어서 '과학' 등은 인지적 안정감, 세상에 대한 지적 확실성을 제공해 주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가장 원초적인 안전 제공 기제는 부모 그리고 가족이다. 어린 자식은 불확실성으로 충반한 세계 속 생존을 위해서 오로지 부모만을 의지할 뿐이다.
(인)지적 불안, 심리적 불안, 정서적 불안, 경제적 불안, 정치적 불안... 불안도 그밖에 여러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불안은 결속력, 연대감을 강화하는 구실도 한다. 그걸 얻기 위해 없던 불안을 조성하기도 한다. 반드시 나쁜 것, 배제될 것만은 아니다.
완벽한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의 요소가 될 수도 있기에 불안의 자리를 남겨 놓기도 한다. "거룩한 불안정성"도 그런 표현일 수 있고... 과학지상주의(뇌과학이든 창조과학이든...)에 대한 반대도 그런 입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하튼 인류의 문명 발달은 인간이 불확실성, 불안감의 원인으로 느끼는 것들을 계속 바꿔왔다. 인간은 잘 잊는 동물이라 늘 새로운 불안을 발명해낸다. 불안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물론 불안의 대상, 유형, 불안을 극복하는 방식의 발전은 인간 개개인의 삶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닌 것이다. 특히, 근대 이후 서구가 만들어 낸 안전 장치들, 그것들의 발전은 정말이지 획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근대의 자부심이 지나친 면도 있다. 그것은 과학적 지식의 자부심과 한 통속이다. 그래서 세계대전, 생태적 위협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특히 새로운 뿌리를 갖는 불안감, 불확실성이 부상하기도 했다. 포스트 모던... 여하튼 근대 이후 불안의 처리, 안정 확보에 있어서 서구가 만들어낸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새로운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그것들 처리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 한참 앞선다.
아시아나 후발국가들은 그런 점들을 배워야 하고, 배울 수밖에 없다. 서구가 몰락한다고... 쉽게 무시하기 힘든 역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권, 개인주의, 복지국가, 법치국가, 각종 체계통합, 사회통합 제도들... 불안과 안전은 모두 발명된 것이라고... 영원한 안전은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거룩한 불안정성"이 그걸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검색해 보니 이 개념은 Fumitaka Mastuoka이전에 마르틴 부버가 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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