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조문갈 기회가 몇 번 있었다('장례식'은 아니었다). 결혼식에도 몇 번 참석했다. 그때마다 갖는 느낌은... 리추얼(ritual)의 빈곤이다. 국적도 뿌리도 없는... 요상한 방식의 리추얼들이었다. 즉, 비용, 시간, 내용의 빈곤이 아니라... 리추얼이 갖는 의미, 맥락, 뿌리, 격식, 깊이의 빈곤이었다. 젊은 친척의 결혼식을 최악이었다. 키치의 극단... 급속한 근대화가 일상 예식을 이런 식으로 재편했나 싶기도 하고.... 뿌리없는 저급한 실용주의의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
실용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결혼식 풍경을 이런 저런 경로로 접한다. 아마도 그 리추얼의 뿌리는 유럽, 어쩌면 유럽의 귀족문화 혹은 부르조아지(중산층) 문화에 닿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몇 번 참석한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오히려 더 화려한 것 같다. 물론 표본 수가 너무 작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엔 어렵지만... 여하튼 나름 전통이 있는 것 같고, 의미가 풍성해 보이는 리추얼이었다.
한국은 리추얼에 있어서도 철학, 전통, 문화의 빈곤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이는 것 같다. 오랜 역사에 비해서 참으로 초라한 한국의 도시나 시골 풍경에서도 관찰되는...
물론 오래된 모든 것은 역사성을 남긴다. 이런 조급한 근대성이 남긴 키치적 리추얼도 조금 더 오래 묵으면 그 나름대로 꽤 그럴듯한 문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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