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 화요일

한국의 지체된 문화와 일본의 앞서가는 문화

"한 사회의 지체란 기술과 사회현상은 앞서 가는데 법이나 제도가 그것을 뒤따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 어떤 사회현상이 일어났을 때 전체 사회가 가진 응전력이 문제가 된다. 한마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란 사회적 지체를 처리하는 속도로 가늠된다. ... 제도나 법은 속성상 새로운 사회현상을 선도하고 진단하기 보다는 추후 승인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문화는 이미 추인된 사회현상에 의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새로운 현상을 재빨리 진단한다. 그런 뜻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소설과 영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IMF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당면하고서도 왜 우리 드라마는 <육남매>처럼 60년대로 돌아가고, 왜 우리 소설은 <봉순이 언니>처럼 70년대로 돌아가는가..... 이상하게도 우리 문화는 ... 항상 엇박자이다. 바로 응전하는게 아니라 반 박자 늦다. 그에 비해 일본문화는 현실에 응전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현실을 상회한다. ... 중국에 벌어지는 한류 열풍의 상당 부분이 '한국 문화의 지체' 탓에 덕을 보고 있는 것.... 즉 일본의 대중문화는 한국의 대중문화보다 너무 앞서 나간 탓에 중국인들에게 현실감을 주지 못하는 데 반해, 지체가 심한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보다 아주 약간 빠르거나 거의 동시대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장정일의 공부, 2006, 132 - 133)

한국의 문화 지체, 혹은 한국인들의 문화적 보수주의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신 기술, 유행 수용엔 관한한 세계최고라는 점... 하지만 특히 IT 기술 쪽이 그런 것 같긴 하지만, 모든 최신 기술에 대해서 개방적인 것 같진 않다. 좀 꺼려하는 기술 분야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과 비교하자면 로보트 기술... 그리고 개방적이라는 것은 다양성에 대해서라면 한국은 꼴찌 쪽일 것이다. 특정한 최첨단 기술은 삽시간에 유행처럼 퍼지지만, 그렇게 유행이 되지 못하는 초첨단 기술은 한국에서는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적 지체와 그와 모순되어 보이는 첨단 기술 열광 현상은 그러니까 좀 더 자세히 보면 묘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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