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별로 행복하지않은 책읽기

1.
읽어보려고 빌린 책 두 권을 몇 쪽 넘기지 않고서 덮어버렸다. 내가 기꺼이 읽고 싶은 책이 어떤 종류인지 새삼 확인시켜주는 에피소드다.

2.
박총의 "욕쟁이 예수"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의 전작이자 첫번째 책 "밀월일기"(2008)를  찾아봤다. 그의 "안해"와의, 그야말로 순도 100%의 "사랑"얘기였다. 음.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나를 위한 건 아니라고... 박총이란 양반... 참 독특한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도 느끼지만... 내 기준으로 볼 때 감성의 과잉...  다행히 "욕쟁이 예수"에서는 이성의 충만함도 보여주었지만... "감성적"인 글, 팩트가 아닌 느낀 바에 대한 긴 서술, 형용사 부사가 많은 글, 꾸밈이 많은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3.
강준만의 "증오상업주의"(2013)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욕쟁이 예수"의 대척점에 있다. 이성적 주제, 사실 위주, 간결한 문장 등등. 그런데 왜 읽고 싶지 않았을까? 일부 내게 생소한 미국 매스미디어 이야기나 미디어 학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긴 했지만 제목처럼 이 책의 핵심은 한국의 긴급하고도 중요한 정치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던가? 안철수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이 책은... 결정적으로 논의의 층위가 너무 얕다. 신선하지도 않고... 강준만 선생의 글은 칼럼 정도로 다 전달되는 논지를 길게 늘여 쓴 것 같다. 사실 내가 강준만의 책을 찾아볼 마음을 먹게  된 계기도 몇 년 묵은 그의 칼럼이었다. 짧은 글 속에서 한국 사회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는 문장에 반했던 것... 하지만 그의 긴 글에서는 그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다.

4.
결국 어떤 면에서 "증오상업주의"는 "밀월일기"와 비슷한 종류의 글이었던 것. 짧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길게 늘이는... "밀월일기"의 경우... 어쩌면... 길게 늘어지는 형식이 글이 드러내려는 메시지와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일상 속에서 지은, 하나님의  큰 이야기를 닮은 작은 이야기, 살아 낸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고 고울 것도 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담으려고 했다니 말이다. 사실 우리 일상은 그야말로 반복의 연속이지 않던가. 밥먹고, 싸고, 자고, 씻고, 싸우고, 혹하고, 등등. 새롭다고 느낄만한 정보는 별로 없는... "증오 상업주의"는 한 문장 요약될 수 있는, 한 편의 칼럼 정도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늘이고 늘여서 읽는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그런 글이다. 물론 강준만의 책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있다. 또 옆에 있는 "세계문화의 겉과 속"도 아마 그 쪽에 속할 것 같다.

5.
아내와 얘기를 들을 때도 얘기가 길어진다싶으면 난 좀 요약해라 그 얘긴 아까 했다 등등 다그치는 편이다. 어쩌면 아내는 길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을 텐데도...
충분히 많은 정보와 절제된 감성이 조화를 이룬, 일기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은 김현 선생의 "행복한 책읽기"...

6.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이용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감성을 드러내면서 교감하길 원하는 쪽, 사실과 사실에 대한 견해를 전달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쪽...

7.
내 블로그니까 이런, 저자 입장에보면 억울하게 느낄 그런 얘기를 막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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