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2일 목요일

(1) 정책(policy)과 실행(practices)의 디커플링(분리 decoupling) 현상은 정책은 있지만 (혹은 도입했지만) 실행을 안 하거나 늦추는 경우를 가리킨다. (talk와 action의 분리, 혹은 공식구조와 비공식구조의 분리 )

(2) 다른 디커플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실과 정책의 디커플링. 정책(혹은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정책이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앞서 나갈 때. 이런 경우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로 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디커플링(2)가 디커플링(1)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이 경우 이 둘을 종합하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제정되어서, 제정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 물론 (1)과 (2)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비록 정책이 현실의 간극이 크지만, 막상 만들어진 정책이 일관성있게 적용, 시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은 추적하고 분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그 내용이 분명하고 (정책, 법), 공공정책이라면 그것의 실행여부를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2)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현실을 반영하는 혹은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나 법을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심증은 간다. 그래서 사회학자가 떡하나 이런 표현도 쓰는 것이다. "법을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에서 만들어진 것을 우리 사회의 법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법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하게 되고 법을 그 자체로 현실에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법의 적용을 강하게 강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장원호, 한국사회의 불신,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186쪽).

한국 복지국가를 디커플링 현상으로 봤던 논문도 (1)에 대한 것이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내 경우는 기존에 있던 정책이나 법의 실행이나 집행과정이 아닌 정책의 형성 과정 자체가 연구 대상이다. 이 경우 만들어진 정책이 정책을 둘러 싼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현실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과연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정책은 대개 이러저러한 필요와 요구들 사이의 타협아니던가? 한국이건 독일이건... 그 과정에서 현실과의 간극은 불가피한 것이다. 물론 정도에 차이는 있을 테고, 그 차이가 (1)에 대해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고.

(1)에 대한 국가별 차이는 더 큰 것 같다. 어떤 동기에서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게 만들어졌건 간에, 이미 만들어진 법이나 정책을 일관성있게 집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 말이다. 독일은 매우 강력하게 이를 지향하는 편이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법치, 법에 의한 지배... rule by law...

(1) 문제를 다루면 좋겠는데....  생명과학규제 정책에 대해서 (1)은 오히려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다. 왜 이렇게 이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지? 의료윤리, 생명윤리, 생명윤리정책, 관련 제도들? 내가 보기엔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데도...

그러니까 현실과 정책의 간극이 있더라도 집행은 일관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게 한국의 현실인 것 같다. 뭐. 긍정적인 현상이다. 애초에 법/정책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정되면 일관된 실행, 집행 행도 더 잘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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