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김규항 선생이 페북에 올린 이야기

이적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예수의 이적이 과학적 사실인가를 두고 논쟁을 한다. 오늘 서구 신학계의 중론은 예수의 이적 가운데 질병 치유와 귀신 쫓는 이적들은 사실이지만 자연 이적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적이 사실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고 모조리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적이 과학적 사실이라는 걸 입증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만일 예수가 물 위를 걸은 게 사실임을 입증하면 모든 사람이 예수를 존경하고 신앙하게 되는가? 우리는 예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술사'라서 존경하고 신앙하는 게 아니다. 그 이적에 가르침과 깨달음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 이적이 우리의 삶에 변화와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아무리 놀랍고 신비스러운 이적이라 해도 단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게 더 큰 이적인가? 사람이 물 위를 걷는 것, 그리고 남보다 더 많이 가진 걸 자랑스러워하던 사람이 그것을 부끄럽고 불편해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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