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원순씨는 참 독특한 인물이긴 하다. 전형적인 정치인, 행정가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안철수가 정치하겠다고 나선 이후로 한국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원순씨 서울 시장 만든 것이다.

오늘 한겨례 기사: "세월호, 시민이 원하는 ‘리더의 자질’ 바꿔놓아(고원, 기사 출처)"

"배심원단 좌담회를 관전하면서 서울시 지방선거가 또 하나의 선거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의 구성은 5 대 3 정도로 여당 성향이 우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배심원들은 전반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응을 들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배심원들 자신조차 놀란 것처럼, 박원순 후보에 대한 배심원들의 평가는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긍정적 기류가 압도적이었다. (...) 야당 광역후보들 중 박 후보에게만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게 했을까? 열쇠는 세월호 사건이 국민들의 의식·가치관에 미친 영향과 리더십 양면을 살펴보는 데 있지 않나 싶다. 배심원들은 무엇보다 예산투입형 전시성 개발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각종 개발정책은 실패했으며, 정몽준 후보의 용산개발 공약도 임기 내 하지도 못할 일을 무책임하게 건드려 놓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6년 전 총선에서 ‘뉴타운’ 광풍이 몰아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들이 서울에서 박원순과 정몽준이라는 인물 대비를 통해 뚜렷한 선거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배심원들에게 각인된 박원순 후보의 강점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디테일한’ 것에 꼼꼼히 매달리는 스타일, 소통,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의 노력들이 정 후보와 차별화되면서 세월호 이후 사회변화 트렌드와 맞물리고 있다. 사실 박 후보의 스타일은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 후보들과도 차별화되는 면이 많다. 야당이라는 틀만 제거해버리면 개발·성장론으로 뼛속이 얼룩진, 속된 말로 ‘도긴개긴’이 얼마나 많은가. 서울시장 선거는 한국 사회가 새로운 정치시장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그 같은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정책·전략마인드를 가진 지도자가 부상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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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고원 교수가 예측한대로 이는 세월호 효과일까? 좀 길게 보더라도... 겨우 6년 사이에 서울시민들의 문화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전형적인 야당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

드디어 맹목적 발전주의, 성장지상주의의 시대가 정점을 지난 것일까? 그런 흐름은 이미 보였다. 사실 생명윤리 논쟁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수입소 논쟁 역시... 그렇게 불쑥 나왔다가 다시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런 사건들은 사라지면서 발전주의에 조금씩 균열을 냈을 것이다. 그 힘들이 모여서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세월호가 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는지도... 부디 원순씨가 잘했으면 좋겠다. 노무현은 사실 인간적으로는 매력적이었지만 정책 면에서는 발전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보였으니가. 황우석 사태도 그렇고. 원순씨는 그런 점마저 넘어섰으니. 원순씨를 잘 키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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