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선택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선택이 무엇이든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리라."
-----------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늦은 밤. 페이스북을 살펴보던 중 페친 한 분이 지금 EBS에서 영화 <미션>을 상영 중이라고 알려주신다. 롤랑 조페 감독이 연출한 강렬한 장면들, 엔니오 모리코네의 불멸의 음악, 로버트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두 신부, 그들의 날카로운, 그러나 뜨거운 대립과 긴장...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채널을 맞추니 마침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제국주의 포르투갈의 잔인한 학살로 파괴되어가는 과르니족 마을에서 멘도자 신부는 총칼을 들고, 가브리엘 신부는 십자가를 들고 죽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 자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오른다. “지금도 남미의 인디언들은 그들의 영토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믿음과 사랑으로 영감 받은 많은 사제들이 정의를 위하여 그들의 권리를 지키려 목숨을 걸고 그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여지는 성경 한 절.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 요한복음 1장 5절”
1986년 발표된 영화 <미션>은 당시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특히 당시 기독교계의 중요한 논쟁에서 효과적인 예로 활용되기도 했다. 독재에 대한 저항이 여전히 거리를 메우던 시대, 최루탄 냄새가 일상의 공기를 채우던 시절, 기독교인들에게 던져진 화두는 바로 이것이었다: 자행되는 불의 속에서 기독교인은 폭력적인 저항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가? <미션>에서 멘도자 신부는 남미의 원주민들을 위해 총과 칼을 들고 불의에 저항했다. 무력이 옳다면 사랑이 설 자리가 없다는 가브리엘 신부는 십자가를 들고 찬송을 부르는 성도들과 함께 총탄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섰다.
과연 어떤 길이 옳을까? 유감스럽고도 위험하게 이 질문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히틀러 암살에 가담했다가 처형당한 독일의 본회퍼 목사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미친 사람이 차를 몰아 인도로 뛰어들었는데 나는 목사로서 단지 시신이나 매장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것인가? 나는 차로 뛰어들어서 그 미친 사람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야 한다. 내가 마침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면 말이다.” 본회퍼의 이 유명한 문장에서 마지막 문장은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이 문장이야말로 결정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마침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선택이 무엇이든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리라. 정반대의 선택을 했음에도 <미션>의 두 신부는 둘 다 바로 그 자리에 있었으며, 둘 다 원주민들을 위해 죽었다. 하나님은 불의 앞에서 내가 어떤 행동의 결정을 내렸는가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 불의가 자행되는 자리에 과연 내가 있었는가로 나를 질책하시지 않을까? 여기가 하늘나라가 아닌 이상 불의는 언제나, 내 곁에서 자행된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대하여 집 없는 이들의 대부 아베 피에르 신부는 가장 아름다운 말 중 하나를 남겼다. “세 사람이 있는데 그들 중 가장 힘센 자가 가장 힘없는 자를 착취하려 할 때 나머지 한 사람이 ‘네가 나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 힘없는 자를 아프게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날, 하늘나라는 이미 이 땅에 있다.”
의로운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지금 불의로 고통당하는 자들과 함께 있나?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있나? 십자가 앞에서 부르던 찬송의 가사처럼 하나님은 최후에 이렇게 물으실지도 모른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
--------
내가 서 있는 그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간절함, 뜨거움. 거기에서 출발하기. 그것을 헁해 짧은 삶동안 매진
- 권위적인 것, 강제하는 것,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반감, 분노.
- 자율성,정체성
- 동시에 차이를 유지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원칙을 발견하기. 질서. Ordnung
- 이 둘을 조화시키는 일
차이에도 여러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별적 동등성을 인정한 후 발현되는 특성/성향의 차이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높낮이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계층 간의... 그리고 차이가 아닌 차별도 있고.
'하나됨'은 '같아짐'이 아니다.
차이와 통합의 통합
하나됨: Einheit 통일성?
같아짐: Gleichheit 동일?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