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존경'은 벌써 위계적 질서를 인정하는 표현이다. '존경'이 아니라 '존중'이 필요하다. 그것도 '상호 존중'. 존경이 유교적 질서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대사회의 구조적 조건에 어울리는 질서는 아니다. 독립적인 개인과 독립적인 개인이 만나는 것이다. 이 개인들은 서로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어떤 일원적인 질서를 상정하고 그 질서 속에 개인들을 구겨 넣을 때 엄청난 관계의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결정하는 궁극적 가치는 개별성, 독립성에 있다.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 무수한 관계망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특정 관계의 위치로 확정될 수 없는...

개별성, 고유성을 무시하는 순간 바로 존엄성은 깨진다.

가족의 경우 "생존"의 공동체에서 "존엄"의 공동체로 넘어가야 한다. 존엄은 개별성, 개별적 차이의 인정에서 나온다. 느슨한 연대. 최소한의 공감대, 공동가치를 공유하고 나머지 차이는 똘레랑스, "오래참음"으로 견뎌야 한다. (어디까지 참을 것인가? '상호존중'이 아닌 '존경'에 대해서도? 세대가 차이를 어디까지 인정?)

개인은 개체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으러면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상호 존엄, 상호 존중의 원칙을 지키고, 개별자로서 '그가 선택한 그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각자의 길을 존중하고 격려하기. 그게 사랑의 공동체다. 총화단결해서 한목표를 항해서 전투적으로 매진하는... 미친 사회의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독려하는 그런 공동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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