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우승(優勝) 열패(劣敗)의 신화”(박노자, 2005)

우승(優勝) 열패(劣敗)의 신화에서 박노자가 소개하는 윤치호 일기는 오늘 읽은 송재룡의 논문의 논지와 흡사하다 (송재룡 2009, 한국 사회의 문화구조 특성에 대한 연구 -전근대적 문화 습속).

우선 송재룡:
효 중심의 가족주의가 미친 부정성은 한국(조선) 사회에 혈연 중심과 가계 중심의 가치와 덕목을 강하게 준거하는 배타적 집단주의 의식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유사)가족주의적 문화 습속은 한국 사회에 이기주의적 사사로움에 뿌리를 둔 문화와 언어가 자리를 잡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곧 도덕공동체의 공공적 가치와 덕목이 내면화되도록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한 개인이나 가족 또는 배타적 집단의 사사로운 이기적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는 공공적 룰(, 규정, 계약 등)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하는 무도덕적(amoral)이고 비정의적(unjustice)인 삶의 논리가 내면화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부분은 초월적 종교 교리에 의해 전승 지향된 정의, 책임, 죄와 벌 등과 같은 집합적 정신과 가치 및 덕목들을 습속화한 서양 기독교 문화권과는 분명히 비교되는 점이다. 무도덕적, 비정의적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는 상류층에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이 형성되지 못한다. 이 무도덕적 현상은 조선 중후기의 지배 계층이었던 선비들의 삶에 서도 두드러져 보인다

윤치호:
 유교에는 공공의 의식, 공덕(公德)의식이 없다. 유교의 효도는 진부하고 상식적인 덕목일 뿐인데, 유림들이 과장되게 해석해 가족 이기주의, 혈통적 복수(復讐)와 거짓과 증오의 원천이 됐다.

유교는 가족 윤리만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하등의 공공심이 없다. 이웃집이 도둑을 맞거나 화재가 나도 한국인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유교 탓이다

이에 대해서 박노자는:


 100여년 전의 관직 만능주의가 과연 유교 신념 탓인가? 관직에 나아가 양반 신분을 확인하지 못하는 한 재산을 탐관오리로부터 지킬 수 없었던 무법적인 왕조 말기의 사회에서는 관직열이 신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이기도 했다. 가족 이기주의도 역시 왕조 말기와 외세 침입의 혼란 속에서 문중 집단을 주된 방패로 삼았던 중소 지주 사회의 필수적인 사회 성격이었지, 단순히 유교적 이념의 산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유교사회는 우국(憂國)이나 보국(報國)과 같은 근대적 공공심과 상통하는 이념을 충분히 배태할 수 있었다(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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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놓고서 그 원인을 "유교"에서만 찾는 것은 좀 곤란한 것 같다. 대개 전통이 그렇듯이 그 자체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관점에서 따라 취사선택하기 쉬운 것이다. 윤치호나 송재룡 (차성환?) 등이 유교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유교에서 긍정적인 점들을 찾는 경우도 많다. 역사적 해석은 항상 조심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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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는 좀 먼 얘기라 그렇지만... 적어도 개화기 이후로는 "힘 숭배 수용승자 독식 사회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사회"라는 이념이 지배적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사회진화론인데 그것을 "발전주의"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이 접근은 "유교"를 얘기할 때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박노자도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왜 하필이면 한국적 토양에 오늘날처럼 잘 착근될 수 있었는지” 의 근거로 거론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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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사회진화론간의 관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적자를 바로 하나님이 선택한 선민(選民)으로 인식함으로써 기독교와 사회진화론의 융합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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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익(李瀷, 1681 1763) 할아버지 참 모던하셨네.

평상시 역사를 읽을 때 매번 의문 나는 것은 착한 자가 지나치게 착하고 악한 것은 지나치게 학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저작이 비록 권선징악의 좋은 뜻에서이긴 하지만 기실은 착한 것 가운데에도 악이 있고, 악한 것 가운데에도 선이 있는 것이다 (성호사설 星湖僿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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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는 시종일관 힘 숭배정서를 강조한다. 서양에서도 그랬던가? 전성기 산업사회에 팽배해 있던? 근대의 핵심은 숭배에 있었던가? 니체? Macht? 사회진화론? 그 뿌리는 제국주의에 있을까? 침략과 착취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론? 힘 숭배발전주의 경제성장은 사실 좀 다른 개념이다.
약과 강을 구분하고 강에 의한 약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사회진화론 우생학 등이 노골적이라면, 식민주의, 제국주의에 어울리는 서양/유럽 중심주의라면, 침략전쟁을 노골적으로 지향했으니까 군사력 등이 중요했고, 신체!
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그런 담론, 주장은 훨씬 더 온건한 외양을 갖게 된다. 신식민지. 경제적 침략. 그런 것들은 정당화하는 접근이 대표적으로 근대화론!
강하다는 것.. 우리가 강한 것을 지향하는 것? 선진국 개념은 도대체 뭘까? 선진, 발전 경제 성장 아닌가? 군사대국을 지향한 적은 없지 않나?
국가 /민족주의적 국민 만들기 (nation-making) 프로젝트의 일환일까? 결국 어떤 민족, 어떤 국가를 이루어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근대는 민족국가? 루만은 그런 경향을 낮춰보고 세계사회를 강조하는데 막상 정치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치를 주로 다룬다.

개인, 주체는 어디로 갔나? 국가 건설 프로젝트와 개인주의, 인권 같은 개념은 어떻게 공존했나? 우선순위는 어디에 주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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